Q. 체제전환운동포럼부터 정치대회까지 진행팀으로 활약해주신 이현, 랑희님! 반갑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이현 : 문화연대 박이현 활동가입니다. 소개할 때 앞산에 불을 끄는 일만큼 너른 삶의 터를 다지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의료에서 응급실만큼 가정의학과가 중요하듯이요. 다양한 시민을 만나는 활동을 지향하고요. 학생 때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2007년)에 참여한 이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그 때의 설렘을 다시 떠올리며 체제전환운동포럼 준비에 함께 했습니다.
랑희 : 인권운동공간 활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여러 활동을 하지만 그 중 집회의 권리, 그리고 집회를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인권운동은 권리 그 자체에 대한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그 권리를 통해서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가, 어떤 변화를 만드는가, 그리고 집회라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힘이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 마음이 가요. 그래서인지 싸우는 현장에 많이 가는 편입니다. 머리 쓰기보다 몸 쓰기가 더 좋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힘들어요. (흑) 집회에서 경찰이랑 상대할 일도 많은데, 그럴 땐 다른 자아가 나오는 것 같아요. ‘내 활동의 힘은 화에서 나오는가’ 그런 생각도 종종 합니다. (웃음)
Q. 두 분 모두 포럼과 정치대회에서 진행팀으로 함께 하셨죠. 당일 실무로 바빠서 온전히 참여하기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 함께 하시면서 어떠셨어요?
랑희 : 내용 차원의 논의들을 많이 못 나눈 건 분명히 있는데, 그 대신 진행팀은 전체를 보잖아요. 진행 일을 맡은 사람이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 있죠. 참가자는 무대만 보고 있지만 우리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눈빛,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거든요…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눈빛과 에너지가 주는 감각이 있는데, 그 모습들을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이현 : 농담삼아 종종 ’진행팀은 운동권 블루칼라다‘라고 이야기 하는데요(웃음). 정치대회 같은 행사에서 보통 기조, 내용, 이념 등 텍스트들이 앞장서고 형식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말과 글만큼이나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집회에서 우리는 발언의 내용만큼이나 몸으로 밀고 밀리는 느낌, 함께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선율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느낌 등을 나누잖아요. 정치대회에서도 이런 공동의 감각을 만들기 위해 무대 배치 등 세심하게 고민했어요. 예컨대 정치대회에서 종이비행기를 던지는 순서도 메시지를 남기고 교환한다는 의미만큼이나 하늘을 향해서 팔을 휘둘러 던진다는 행위가 중요했어요. 기획 단계에서 반영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이런 걸 기획팀과 함께 설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