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평등 운동을 하고 있는 지오의 고민을 나누며 수다회가 시작됐다. 혼인평등 운동의 의미는 동성혼 합법화 시도에 대한 반동의 지점에 전선을 긋고, 바로 그 지점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확장하고 진전시키는 계기를 만드는 것, ‘정상성’을 구성하는 제도에 균열을 내고 변화를 견인하는 데 있다. 그런데 혼인평등운동의 한편에는 운동의 내외부에서 따라붙는 질문들이 있다. “왜 제도에 편입되려고 해?” 또는 “결혼을 할 수 있는 사람들/하려는 사람들에게만 새로운 특권이 만들어지는건 아니야?” 같은 질문을 들을 때 마음속에 일어나는 부대낌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지오의 고민은 주택 정책이 어떻게 차별의 전략을 구사하는지에 대한 지수의 이야기로, 집과 가족에 대한 수다회 참여자들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견고한 가부장제 질서 속에서 결혼제도의 문제와 한계는 분명하지만, 그 너머를 상상하기 어려운 점을 토로하기도 하고, 계층에 따라 가족을 활용하거나 수용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지점을 비껴나갈 수 없는 것 같다는 이야기, 가족제도 너머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규정하는 말과 제도가 어떻게 진화해왔고 어떤 미궁에 놓여있는지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주장이 아닌 고민은 꺼내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궁금한데 물어보기엔 쟁점의 위치를 잘 몰라 머뭇거리는 순간도 있다. 8월의 ‘수다회’는 그런 점들을 한데 모아 각자의 고민을 갈래갈래 풀어보는 자리였다.

이제 막 문을 연 수다회는 앞으로도 체제전환운동을 가로지르는 실험실, 묻고 답하는 운동 고민 상담소, 혹은 수다로 배우는 체제전환운동 등등 다채로운 모습으로 진화, 변신할 것 같다. 수다회가 꼭꼭 눌러 담을 앞으로의 이야기를 기대하며, 9월 수다회로 모두 함께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