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여러 명이 계속 얘기하다 보면 언젠가 이뤄졌던 경험들이 있다. 체제전환운동 포럼을 다녀온 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메아리처럼 들려오던 "충북에서도 해보자, 해보자." 하는 말들이 모여서, 4월 5일에 ‘퇴진너머 평등으로 충북포럼’이 열린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보면, 충북포럼은 지역운동을 체제전환의 전망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충북 활동가들의 열망이 녹아져 있다. 충북에서 양당체제를 비판하고 사회운동을 고민하는 19개의 사회운동 단체들, 노동조합이 공동주최한 이 포럼은 퇴진 이후 충북지역의 운동에 대해 같이 토론하는 공론장이었다.
충북포럼은 전체 슬로건은 "체제전환, 지역운동의 변화를 꾀하다, 여기서 우리가 바꾸면 돼!' 이다. 충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여기에서부터 체제를 바꾸는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슬로건에 담긴 의미처럼 지역 활동가들의 경험과 생각들로 포럼을 구성했다. 전체 세션을 모두 충북의 활동가들이 발제했고 서울의 활동가나 전문가들은 토론자로 섭외해 포럼을 진행했다. 포럼은 충북지역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야기로 채워졌다.
포럼은 전체 강연과 4가지 세션, 약속문 채택의 순으로 진행됐다. 광장과 진보정치 세션은 이 포럼을 계기로 지역의 진보3당(녹색당, 노동당, 정의당)의 접점이 만들어졌다며, 윤석열 퇴진광장의 흐름에 진보정치가 어떻게 부응하고 주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심했다. 젠더평등 세션은, 지역 여성운동의 한계와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을 진단하고 충청지역의 광장에서 페미니즘 운동의 역할에 대해 조명했다. 지방소멸 세션은 "지방소멸"이 구조적인 지역착취를 은폐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지방소멸 담론에 대한 대안개념으로 지역정의 개념을 제시했다. 정의로운 전환 세션은 지역의 산업재편 과정에서 시민과 노동자가 배제되고 있는 현실과 충북지역의 에너지 정책을 비판하며, 충북지역을 토대로 정의로운 전환을 상상하는 시도를 했다.
포럼의 참여자 수는 100명을 넘겼다. 지역의 활동가, 노동자, 진보정당 당원, 대학생, 페미니스트 그리고 현수막과 포스터를 보고 온 시민들이었다. 대부분 지역 광장을 지켜온 사람들이었다. 광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퇴진너머를 고민하는 공론장에서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마지막 종합토론에서는 참여자들과 약속을 나눴다. 지역에서 더 많이 떠들고 만나고, 평등으로 가는 화살표를 만들자고. 이 약속을 함께 외치며 생각했다. 사람들이 매일 열리는 광장을 지키면서, 자신의 생업과 활동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쪼개가며 이 포럼을 준비한 이유가 이 약속 때문이구나 하고.
돌아보면 윤석열 퇴진 운동 안에서, 더 열심히 퇴진너머를 외쳤다. 퇴진너머의 세상이 퇴진광장에서 외쳤던 세상과 결코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퇴진너머를 말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퇴진 이후 사회를 바꿔내는 운동과 연결하려고 애썼다. 이 포럼도 그 노력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한 달쯤 지났다. 독재를 원하던 대통령은 사라졌지만, 우리의 삶과 노동 그 무엇도 바뀌지 않았다. 그래도 충북에서 계속해서 만나고 떠들어서 평등으로 가는 화살표를 만들자고 약속한 사람이 100명쯤 있다는 사실에 희망을 갖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럿이 계속 말하면 이뤄질 때가 있으니까.